중국에서 한국인 및 한국회사를 상대로 법률서비스를 지원해 오면서 계약서 리뷰 관련 법률상담을 많이 받아 왔다. 당사자 간 협의한 내용을 서면으로 약정함과 동시에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계약서를 작성해야 할 것이다. 당사자가 약정에 따라 의무를 이행하면 계약서는 종잇조각에 불과하지만, 반면 분규 발생 시 계약서는 분쟁 해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계약서는 신중하게 검토 후 체결해야 한다. 이에, 필자는 중국에서 계약서 체결 시 주의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가. 계약당사자 확인
계약당사자가 개인일 경우 신분증을 확인 후 복사본을 소지하여야 하며 회사일 경우 계약서상 상대방 회사의 명칭, 주소, 법인대표가 기업신용정보공시시스템( http://gsxt.saic.gov.cn)에서 공시한 정보와 일치한지 확인이 필요하다. 향후 분규발생 시 상대방 회사와 협상이 안 될 경우, 만약 회사 명칭이 불명확하면 소송 자체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계약체결 전 상대방회사의 영업집조상 회사명칭을 공시시스템에 입력하여 대조할 필요가 있다.
나. 신용 조사
상대방 회사의 주체자격을 확인 후 신용중국사이트(http://www.creditchina.gov.cn/)를 통해 신용을 조사할 수 있고 중국판결문사이트(http://wenshu.court.gov.cn/)를 통해 소송에 연루된 사실이 있는지를 조회할 수 있다. 이외에 회사 소개서, 연도 보고서, 은행여신등급 등 서류를 사전에 확인하여 계약이행능력을 판단할 수 있다. 페이퍼컴퍼니와 계약 체결 후 대금 미지불 시 승소를 하더라도 강제집행할 자산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조사를 통해 관련 업계에서 평판이 및 업력 등을 확인하고 계약이행능력이 구비된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 서언 및 키워드에 대한 해석
당사자 간 계약서를 체결하는 배경, 목적 및 전반적인 거래흐름 등을 서언에 기재할 수 있으며 이는 계약서의 유형 및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또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핵심 키워드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라. 계약서 내용은 산업 특징과 거래관습에 부합
상대방 회사가 산업 특징이나 거래관습에 부합되지 않는 계약서를 제시하면 경각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일부 사기회사는 불법점유를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재물을 갈취하는 경우도 있다.
마. 계약특성에 따라 세부조항 약정
계약서에는 매매계약, 대출계약, 임대계약, 도급계약, 운송계약, 기술계약, 합작계약, 위탁계약 등 여러가지 유형이 포함된다. 따라서 체결하고자 하는 계약의 특성에 맞게 권리와 의무 및 세부조항을 약정하여야 한다.
바. 위약책임
당사자는 일방이 계약 위반 시 위약정황에 근거하여 상대방에게 일정 액수의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약정할 수 있으며 또한 위약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실배상액의 계산방법을 약정할 수도 있다. 약정한 위약금이 조성된 손실보다 적은 경우 당사자는 인민법원 또는 중재기구에 증가를 청구할 수 있고, 약정한 위약금이 조성된 손실보다 많은 경우 당사자는 인민법원 또는 중재기구에 적정하게 감소할 것을 청구할 수도 있다. 또한 일방이 위약 시 위약책임을 부담한 외에 계약이행자가 합법적인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발생한 합리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해당 비용에는 소송비용, 공증비용, 출장비용, 변호시비용 등이 포함되며 이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하여야 한다.
사. 계약의 합법성
당사자 간에 체결된 계약서는 중국 관련 법률법규의 강제성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 사회공공이익에 손해를 가하지 않는 한 보편적으로 유효하며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
<중화인민공화국계약법> 제52조에 따르면 다음 정황이 포함된 계약은 무효이다.
(1) 일방이 사기·협박의 수단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국가 이익에 손해를 가한 경우;
(2) 악의적으로 결탁하고 국가·단체 또는 제3자의 이익에 손해를 가한 경우;
(3) 합법적인 형식으로 불법적인 목적을 은폐한 경우;
(4) 사회 공공의 이익에 손해를 가한 경우;
(5) 법률·행정법규의 강제성 규정을 위반한 경우
무효한 계약은 처음부터 법률적 구속력이 없다. 계약이 무효된 후 당해 계약으로 인해 취득한 재산은 반환하여야 한다. 반환할 수 없거나 또는 반환할 필요가 없는 경우 현금으로 환산하여 보상하여야 한다. 무효한 계약서는 선의의 계약이행자한테 막대한 타격을 안길 수 있으니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아. 계약의 해제
<중화인민공화국계약법> 제94조에 따르면 다음의 정황 중 하나가 있는 경우 당사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1)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실현할 수 없는 경우;
(2) 이행기한의 만료 이전에 당사자 일방이 명확히 표시하거나 또는 자신의 행위로 주요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을 표명한 경우;
(3) 당사자 일방이 주요채무의 이행을 연기하고 최고를 거친 후 합리적인 기한 내에도 여전히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4) 당사자 일방이 채무의 이행을 연기하거나 또는 기타 위약행위가 있어 계약의 목적을 실현할 수 없는 경우;
(5) 법률이 규정하는 기타의 정황.
법률이 규정하거나 또는 당사자가 해제권 행사기한을 약정한 경우 기한이 만료되어도 당사자가 행사하지 아니하는 경우 당해 권리는 소멸된다.
당사자 일방이 계약 해제를 주장하는 경우 마땅히 상대방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계약은 통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할 때 해제된다. 계약이 해제된 후 미처 이행하지 아니한 부분은 이행을 중지한다. 이미 이행한 부분은 이행상황과 계약의 성질에 근거하여 당사자는 원상태로의 회복, 기타 보조조치의 이행을 요청할 수 있으며 손실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장기적인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해제 조항을 약정하여 적시에 조치를 취하여 합법적권익을 수호할 수 있고, 반면 상대방이 계약해제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자. 통지와 송달
당사자는 계약서를 이행하면서 상호 간에 주고 받는 모든 통지, 문서 등 서면자료는 계약서에 기재된 주소, 팩스, 메일 등 방식으로 법인대표 혹은 담당자한테 전달할 수 있다. 또한 팩스를 이용할 경우 팩스를 발송한 시점을 송달된 시점으로 간주하고 우편을 이용할 경우 우편물을 발송한 시점을 송달된 시점으로 간주하며 메일을 이용할 경우 메일을 발송한 시점으로부터 24시간 뒤에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여야 한다. 또한 일방이 명칭, 주소, 법인대표, 책임자, 전화, 팩스, 메일 등 정보를 변경할 경우 응당 서면으로 상대방에게 통지하여야 하며 변경한 정보를 통지하지 않았거나 상대방이 통지를 받기전에 발송한 통지는 계속하여 유효한 통지와 송달로 간주하며 이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정보를 변경한 일방이 부담한다고 기재할 것을 권유한다.
차. 소송 시효
법은 권리를 잠재우는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다. 법정기한 내에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에 강제적보호를 청구할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법적으로 민사권리를 수호할 수 있는 소송시효는 보편적으로 3년이다. 기업에서는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소송시효 내에 소송 혹은 중재를 제기하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 이러할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서한, 메일, 혹은 유효한 독촉문서를 발송하는 방법으로 소송시효의 만기를 방지할 수 있다. 해당 문서에는 “빠른 시일 내에 대금을 지불하여야 한다”는 권리를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고 상대방의 문서 수취증명(택배기록 등)을 보관하여야 한다.
카. 준거법 및 분쟁해결기구 선택
실무상 중국과 한국간에 계약서 체결 시 준거법 및 분쟁해결기구의 선택은 항상 대립되는 문제이며, 소위 “갑”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경우가 많으며, 동등한 입장일 경우 서로 양보하지 않아 결국 제3국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추천할만한 방법은 아니다. 만약 실제로 분규 발생 시 비용이 부담스럽고 절차가 번거로워 소송 혹은 중재 자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한국의 법률을 적용하고 한국의 관할법원이나 중재위원회를 선택할 수 있으나우선 법원의 문서를 송달하는 과정에 장애가 있고 판결서 집행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법원에서의 판결은 중국 내에서 승인과 집행이 불가능하여 다시 중국의 자산소재지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 반면 한국의 상사중재원의 중재재결은 중국법원에서 승인하고 집행한다. 따라서 한국 법률을 적용한다면 분쟁해결기구는 한국의 상사중재위원회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만약 상대방회사의 자산이 중국에만 있을 시 중국법률을 적용하고 중국의 법원이나 중재위원회를 분쟁해결기구로 선택하는 것이 절차적으로나 시간상으로 더 효과적일 수도 있으니 상황에 따라 선택할 것을 권유한다.
타. 계약서 공증여부
가끔 고객으로부터 계약서 공증에 대해 문의를 받곤 한다. 중국에는 전문적으로 공증을 담당하는 공증기관이 존재한다. 쌍방간에 체결하는 계약서는 무조건 공증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며 공증은 계약의 성립 및 발효의 필수조건이 아니다. 다만 공증을 거친 공증문서는 사법기관에서 사실관계 판단시 강한 증명력을 가지고 채택될 가능성이 크지만, 공증사실과 확실히 반대되는 증명서류가 있는 경우는 제외되므로 절대적인 증명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파. 기타
ㅇ 법인대표만이 대외적으로 계약서 체결 등 의사표시를 함에 있어 별도의 수권이 필요 없으며 법률상 유효한 서명권한을 가진다. 따라서 기타 담당자가 서명 시 반드시 법인대표로부터 수권을 받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중국계약법상 회사인감 날인과 법인대표의 서명은 동등한 효력을 가지며 반드시 동시에 구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둘 중에 하나만 있어도 계약서는 성립된다.
ㅇ 중국회사와 계약체결 시 계약서 언어는 중한문으로 병행하여 작성하는 것을 권유한다. 동등한 효력을 가지도록 약정한 경우 사용한 어구에 대하여 동일한 의미를 구비하였다고 추정되며, 일치하지 않을 경우 계약의 목적에 근거하여 해석한다.
ㅇ 실질적으로 체결하는 계약서 외에 기타 구두약속, 회의록, 서면합의 등이 존재할 수 있는데 방치하게 되면 향후 분규 발생 시 유효성, 우선적으로 구속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존재한다. 따라서 본 계약 및 별첨은 쌍방의 업무내용에 따라 협상 후 계약조항에 대한 최후의 서술이며 사전에 쌍방간에 약속, 구두 또는 서면에 의한 협의는 모두 본 계약에 흡수되고 소멸된다고 기재하면 분규예방과 해결에 도움이 된다.
ㅇ 법인날인은 명확해야 하며 계약서 중 수정한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추가적으로 인감을 날인하여 확인해야 한다.
ㅇ 계약서 원본은 반드시 보관하여야 한다.
하. 소결
중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분규 발생 시 되도록이면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당사자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소송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경험을 돌이켜보면 계약서를 충분히 신경을 써서 작성하면 소송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소송까지 가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따라서 계약서 작성 시 조항마다 면밀히 검토하고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